또 하나의 문화
(신임 이사장 취임사 중에서) 제가 중요하게 해야 하는 첫 번째 일은 또문에 사람들이 좀 모이는 것입니다. 조한 선생님은, 지금 이 시대는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이고, 또 단절되어 있고, 끼지 못한 사람들, 이전에 우리가 깍두기라고 말했던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라고 하시더군요. 그들은 남의 공간에 침입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하고, 또 사실 함께 있어도 자기 자신을 어색해하는 사람들인 것 같은데, 또문이 그런 ‘깍두기’들을 좀 올 수 있게 하는 장이 되면 좋겠다라고 하셨습니다.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어젠다를 만드는 것보다는, 같이 갈 수 있다라는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올 수 있는 또문을 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라고 제언하시더군요. 밥을 같이 먹든지 아니면, 영화를 보든지 이야기나 생각을 나누는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로서의 또문에 대한 말씀을 해 주셔서, 저도 중요한 일이라고 동의했습니다. 그래서 새로운 사람들만이 아니라, 오래된 또문 동인들이 모이는 장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보려고 합니다.
또 중요하게 간주되어야하는 것으로는 아카이빙 작업이 있습니다. 현재 또문은 40년이 됐고, 저 역시 또문의 40년 역사를 같이 한 사람이기 때문에, 지금 또문의 역사를 아카이빙하는 작업이 제가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가장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. 1980년대 이후에 한국의 여성 문화/지식정치 혹은 문화운동의 주요한 부분에 또문이 있었고, 또 또문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여성 문화/지식의 장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, 그들의 삶의 흔적들 그리고 삶의 의미들 그리고 또문 동인인 우리가 같이 만들었던 문화/지식장의 의미를 만드는 아카이브 작업을 하겠습니다. 그게 아마 또문의 아카이브 작업인 동시에 1980년대 이후에 여성문화 역사이기도 하고, 여성 지식 정치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생각 합니다.
그리고 페미니즘 문화/지식 정치에 관심이 있는 새로운 세대들, 여성 지식인들, 창작자들이 또문에 올 수 있는 포럼이나 월례회 등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. 다른 집단들과의 다양한 협력, 제휴, 연결 등을 해보는 방법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. 또문이 세대를 횡단하며 여성들을 대화하게 하고, 연결하고, 새로운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, 모두 다 변화하는 주체가 되는 재미있는 장을 제공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습니다. 그들이 여기서 기꺼이 할 수 있는 소모임들, 소주제들이 많이 만들어지고, 그것들과 함께 사람들이 여전히 함께 따로 사는 이야기들을 풍성하게 만드는데 열심히 노력해 보겠다는 말로 이사장직을 수락합니다.
2024. 1. 6. 김은실 이사장 취임 수락의 말 (전문보기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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"흐흠(hhm)! 연극으로 놀아볼까"
'처음 나비의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떠올렸던 건 한디디의 책 "커먼즈란 무엇인가"였습니다. 사실 저자는 책 속에서 커먼즈보다는 '커머닝'을 더 자주 언급했던 것 같아요. 비장애인들의 언어와 표현을 익히게 하는, 어떤 의미에서는 위계적, 독점적 세계를 전제해두고 장애인을 가르치고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, 심장박동에 조응하는 호흡, 네 개의 표정, 표정과 어울리는 단어문장, 상대방에 대한 집중 등을 반복하고 함께 나누는 그 활동 가운데, 아주 잠깐 등장하는 '소통의 순간'들이 새로운 관계와 활동을 향유하는 '공통의 순간'이며, 이러한 순간의 누적이야말로 새로운 (언어) 세계의 창발의 토대가 되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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오픈아카이브에 또문 초기의 동인회보들이 기증되어 있어요. 안희옥동인 등 여러분이 남겨주신 소중한 선물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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